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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S

[MV] 0814

선새ㅐㅇ님 2018. 8. 14. 15:12


https://www.youtube.com/watch?v=3vjKRWVt3vM



A. 박지민


 그러니까 박지민은 고아원에 살았다. 부모가 없었지. 버려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고아원 대문에서 울음소리가 났고, 문을 여니 갓난아기인 박지민이 울고 있었을 뿐 다른 인기척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박지민은 고아원에서 살았다. 그렇게 살았다. 악취가 나는 방 안에서 다 썩어가는 음식을 먹고 제대로 씻지 못해 몸에서 썩은내가 나도 박지민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묵묵히 살았다. 살아남았다. 적어도 죽고 싶진 않았으니까.


 고아원엔 여러 아이들이 있었는데. 박지민과 특히 친하게 지낸 아이는 김태형이었다. 김태형은 박지민과 달리 참, 착한 아이였다. 그러나 조금 답답한 아이. 머리가 커진 박지민은 자신보다 여린 성격을 가진 김태형을 한심하다 생각했으나 김태형을 싫어하진 않았다. 되려 좋아했지. 김태형은 그 좆같은 공간에서도 홀로 순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고, 때묻지 않은 백지 같은 아이였으니까.


 박지민은 눈치가 빨랐다. 좆같게도 그랬다.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거지. 자신들에게 할당되어야 할 돈이 원장의 사비로, 원장의 용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박지민은 신고를 했다. 구청이었던가. 구라 쪼금 보태서 애들 굶어 뒤져가고 있다고. 그랬더니 감사를 나오긴 나왔다. 나오긴 나왔는데.


 왜 좆같은 새끼들은 늘 한패인지.


 박지민은 그 날 원장실에 불려가 죽기 전까지 맞았다. 머리가 깨져서 피가 났고 왼쪽 귀는 찢어져 이명으로 가득했다. 박지민은 그 날 깨달았다. 아 씨발 세상은 진짜 좆같은 새끼들 밖에 없구나.


 많이 맞았다. 그리고 굶었다. 창문 하나 없는 지하실에 갇혀 며칠을 굶었다. 차라리 뒤졌으면 했다. 그럼 더 이상 안 아플 것 같아서. 근데 김태형은 아니었나보다. 당장 뒈질 것처럼 아픈 한이 있어도 박지민이 살았으면 했나보다. 김태형은 늘 몰래 지하실에 들어와 박지민에게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다. 일시적이라도 감사의 영향이 있는 것인지 음식이 제법 괜찮았다. 박지민은 김태형이 나누어 주는 음식을 먹었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자기보다 여린 손길을 느끼며 잠을 잤다. 뒤지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제법 사람새끼 꼴을 하고 지하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박지민은 생각을 했다. 매번 생각 없이 주어진 것만 따르니까 벗어날 수가 없었지. 박지민은 도망치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김태형의 손을 잡고 이 좆같은 공간을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생각했다. 박지민과 김태형을 함께 입양할 수 있는 사람. 이 고아원에 오는, 오는.


 검사부부.




B. 그래서.


 검사부부는 착했다. 사회의 상류층에 속하니 행동거지 하나하나에서 뻗어지는 위압감은 어쩔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그 사람들은 순했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고아원을 후원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를 했겠지. 둘에겐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다고 했다. 박지민은 그들이라면 박지민과 김태형을 구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박지민은 눈치가 빠르다. 박지민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박지민은 고의적으로 검사부부의 앞에서 봉사를 했다. 잘 웃었고, 인사를 했으며, 안부를 물었다. 부부는 박지민을 좋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지민을 입양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을 때 박지민은 베개에 얼굴을 쳐박고 웃었다. 혹시나 웃음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자신의 키득이는 웃음소리가 새어나가 자신의 본성을 부부가 눈치챌까봐.


 "저는 태형이랑 같이 가고 싶어요."


 그러나 김태형을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박지민은 끝까지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놓지 못하는 좋은 친구의 역할을 했다. 그런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이 참 좋아보였나보다. 부부는 결국 박지민을 입양했다. 박지민은 수척해진 김태형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응시하다, 고개를 돌리고 부부를 따랐다. 씨발. 어쩔 수 없잖아.




C. 김태형


 김태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김태형. 김태형. 박지민은 잠시 고민했다. 김태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슬픈 표정을 짓고있는 부부의 앞에서, 나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지? 박지민은 한참의 생각 끝에 엷게 웃었다. 엷게 웃었으나, 밥은 먹지 않았다. 방문을 반쯤 닫고 침대에 누워 소리내어 울었으며 부부는 그런 박지민의 모습을 보고 연민을 느꼈다.


 씨발. 씨발. 왜. 김태형은. 왜? 태형이가 왜 죽었을까.


 박지민은 타고난 성정이 순하지 못했으나, 김태형 마저 완전히 모른 척 할 위인은 되지 못했다. 그날 이후 박지민은 부부와 함께 고아원에 갔다. 가서 입양된 자신을 시기와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했고, 김태형의 죽음을 들었다.


 자살.


 목을 매달아서 뒤졌다고.


 김태형이. 그 김태형이?


 박지민은 김태형의 옷가지를 들고 웃었다. 눈깔이 뒤집히고 재채기를 참은 사람처럼 눈이 벌개진 채 컥컥거리며 웃음을 토해냈다. 씨발. 김태형이 뒤졌대. 그것도 자기 손으로 목을 조르고 뒤졌대. 씨발. 왜? 대체 왜? 박지민은 역류하는 눈물을 흘려보내며 김태형의 짐을 뒤집는다.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개처럼 맞고 벌레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도 사는 게 더 낫다고. 살아야 한다고. 살아야 한다고 박지민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던 김태형이 그렇게 쉽게 생을 포기할리가 없지. 씨발절대그럴리가없다고.


 그리고 발견한 건 김태형의 일기장이다.




D. 일기


- 지민이가 많이 아파하고 있다. 자꾸만 스스로의 손으로 목을 조르고 죽으려고, 죽으려고 한다. 나는 박지민 네가 없으면 살 수가 없는데. 여기서 나를 챙겨주고, 좋아한다 말해주는 게 박지민밖에 없는데. 박지민 네가 죽으면 나는 어떡해.


- 지민이에게 밥을 주고 싶었는데 며칠 전부터 밥이 나오질 않는다. 원장 선생님에게 갔다. 선생님 지민이 한 번만 살려주시면 안돼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 뭐든지 다 할게요. 제발요.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빌었다. 원장 선생님은 웃으셨다.


- 원장 선생님은 내게 하얀 치마를 입히고, 내 다리 사이로 손을 밀어넣고. 나는. 나는. 싫은데. 불쾌한데. 이건 잘못된 거라는 걸 아는데. 근데 박지민은 내가 없으면 죽을거잖아. 근데 나는 안 죽으니까. 이런 거 당한다고 죽지 않으니까.


- 박지민은 내가 주는 밥을 먹었고, 내 품에서 잠을 잔다. 박지민의 목에서 손자국이 사라지는 걸 보며 나는 웃었다. 지민이는 더 이상 죽지 않을거야. 나는 네가 웃으면 괜찮아. 박지민이 나를 보는 눈빛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까.


- 고아원을 후원하는 검사 부부가 지민이를 입양하겠다고 했다. 박지민이 나를 봤다. 태형이를 데려가고 싶어요. 그러나 부부는 나를 데려가지 않았다. 너는. 너는. 행복하지. 행복하겠지? 내가 없어도. 내가 없어도 행복해? 정말? 정말?


- 나는 늘 혼자다. 박지민은 가서 다시 오지 않는다. 박지민. 박지민은 나를. 나를. 나를 뭐라고 생각한거지?


- 아프다. 원장 선생님은 내 몸을 함부로 만진다. 싫다고 했는데. 이젠 지민이도 없으니 그럴 이유가 없다고. 싫다고 했는데 원장 선생님은. . . 다 싫다. 나는 박지민 너만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그게 아니었나봐.


- 지민아. 너는 왜 손으로 목을 졸랐어?


-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거라서?


- 아프다. 그냥. 그냥 나도, 죽어버렸으면.


-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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